두꺼비섬과 뱀섬

작성일
2010-07-06
이름
관리자
조회 :
1979
비가 오지 않고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일은 하지도 않고 술이나 마시고 동네사람들끼리 시
비만 잦으니 인심이 흉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뭄이 계속되던 어느날 한 농부가 뒷산에
올라가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주위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두꺼비 울음소리였
다. 두꺼비는 비가 오려고 하면 나타나는 동물이다. 그런데 가뭄이 계속되는 중에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어디엔가 두꺼비가 있다는 것인데 이상한 생각이 들어 농부는 귀
를 세워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주위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농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너무 비를 기다리다 보니 헛소리가 들리는군.”
농부는 혀를 끌끌 차고 산에서 내려오려고 하였다. 이번에는 분명히 아까보다는 더 작은
소리지만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또 들렸다. 그곳은 왼쪽 발 아래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이었
다. 소리가 들리는 위치까지 분명했다. 농부는 그곳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평소에는 물고기가 있는 곳이지만 가물던 때라 먼지가 날
정도로 말라 있었다.
“ 이렇게 마른땅에 두꺼비가 있을 턱이 있나”
중얼거리고 있는농부의 귀에 자지러질 듯한 소리가 들렸다.
“ 꼬르르륵… 꼬르르륵…”
농부는 허리를 굽혀 밭두렁 밑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는 큰 구렁이가 한 마리 있었다. 이
구렁이는 두꺼비를 칭칭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꺼비는 구렁이한테 먹히지 않기 위해 안
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구렁이가 몸을 감아 죄어들고 있어 울음 소리마저도 제대로 내지 못하
고 있는 실정이었다.
농부는 생각 끝에 소리를 질렀다.
“ 쉬 이놈의 구렁이야 저리가.”
두꺼비는 농부를 힐끔 쳐다보았다. 농부는 돌을 들어 구렁이 옆에다 던졌다. 놀란 구렁이
는 감고 있던 두꺼비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는 저쪽으로 스르르 기어갔다. 구렁이에게 풀려
난 두꺼비는 눈을 두어 번 껌뻑거렸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기어서 구렁이의 반대편 밭두렁
아래로 갔다. 가다 말고 두꺼비는 뒤로 고개를 돌려 농부를 바라보았다.
“ 살려줘서 고맙다는 뜻일까?”
멀거니 바라보다가 어디론가 가버렸다. 농부는‘참 별일도 다 있구나’푸념을 하였
다.‘뱀도 날궂이 할 때 잘 나타나는데 이렇게 쨍쨍한 날에 두꺼비와 구렁이가 어째서 저렇
게 나타났을까? 그리고 하필이면 거기서 그렇게 야단을 하고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그런 장
면을 보게 되었는지’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농부는 집으로 돌아왔다.
농부는 아내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농부와 아내는 그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 잘했어요. 좋은 일을 했으니 복 받을 거예요.”
“ 그래 비라도 흠뻑 오면 그게 바로 복일텐데.”
“ 비가 올 거예요.”
그날 저녁이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뒤 밖을 바라보니 노을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리고 남쪽 세존도 위에는 제법 구름도 옅게 깔려 있는 것 같았다.
“ 여보, 여보, 저길 좀 보구려. 저기 세존도 쪽에 구름이 일고 있구려. 아마도 비가 올지 모
르겠는 걸.”
농부의 말에 아낙이 대꾸했다.
“ 그것 봐요. 좋은 일을 했으니 하늘이 비를 내려 주는 것이 틀림이 없어요. 정말 저 구름이
비구름이 되어서 곧 비가 오게 될 거예요.”
그들 부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날 밤 농부는 깊이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빗소리
가 후둑후둑 들리는 것 같았다.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다. 분명 비오는 소리 같았는데 비가 오지 않는구나 생각하면서 하늘을 바라
보았다.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끼어 있었다.
“ 곧 비가 오기는 오겠구나.”
중얼거리며 농부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내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그는 낮에 있었
던 그 밭두렁에 서 있는 것이었다. 두꺼비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자취가 사라지고 아까 저쪽
으로 갔던 구렁이가 다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구렁이는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몸 전체
가 짚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낮에 본 그 구렁이인데 몸통의 크기는 엄청났다. 그
구렁이는 슬슬 이쪽으로 기어와서는 낮에 두꺼비를 풀어준 그 자리와 멈춰 섰다. 그리고 구
렁이는 농부에게 항의했다.
“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내 먹이를 풀어주는 거요?”
뱀이 혀를 날름거릴 때 농부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 그 두꺼비는 단순한 내 먹이만이 아니라 내 원수였소. 내 새끼들을 날름날름 잡아먹은 원
수였소. 그래서 나는 그 놈을 기어이 잡아먹으려고 몇 달을 벼르고 있었던 것이었소.”
구렁이는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얘기를 계속했다.
“ 그 놈이 언제나 습기 있는 곳에 잘 숨어 있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 비를 못 오게 했었소. 땅
이 모두 마르면 그 놈을 처치할 생각이었소. 그래서 몇 달이고 이 섬에 비 한 방울 오지 않게
했던 것이오. 그리고는 드디어 오늘 나는 그놈을 찾아내고 만 것이오.”
구렁이는 몸을 한 번 비틀어 보이고는 다시 농부를 노려보았다. 험상궂은 인상이 자칫하면
농부에게 덤벼들 것도 같았다. 구렁이는 말을 이었다.
“ 그놈은 지금 저 마을로 내려갔소. 몸이 말라 있어서 바닷물이라도 몸에 바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소. 나는 바닷가에 내려갔을 때 또 덮칠 것이오. 만일 그 때 당신이
또 훼방을 놓으면 당신의 집안은 물론 이 동네에 몽땅 재앙이 들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농부는 그냥 벌벌 떨고만 있었다. 구렁이는 농부를 한 번 힐끗 바라보고는 자기가 온 쪽으
로 슬슬 기어가는 것이었다. 농부는 그 구렁이에게 말도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구렁이의 이야
기만 들었다. 그리고는 구렁이가 사라진 뒤 집을 향해 언덕을 마구 뛰어 내려왔다. 숨이 목
에까지 차도록 뛰니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 여보, 여보, 왜 그래요.”
농부는 꿈을 꾸고 있는데 마누라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지금 막 꾼 꿈의 내
용을 말하였다. 마누라는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잊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마누라와 농부는 걱정이 되어서 계속 대화를 하였다. 마누라가 먼저 물었다.
“ 그럼 만약 또 구렁이가 두꺼비를 잡아먹는 장면을 보면 어떻게 하겠소?”
“글쎄…….”
“ 아니 글쎄라니?”
“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하지. 이번엔 그냥 둬 버리지 뭐.”
“ 그래요 만약 다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그냥 못 본 척 해 버려요.”
“ 그럼 그 두꺼비가 또 나를 바라보면서 원망하는 눈길을 보낼텐데, 못 본 척하기도 그렇고
구해 주기도 그렇고…”
“ 그럼 어떻게 해요.”
“ 그냥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지 뭐.”
그들 부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두꺼비가 농부의 꿈에 나타났다.
“ 농부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보답하기 위하여 나는 지금 남해의 구름이란 구름
은 다 여기에 모으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비가 올 것입니다. 비가 오면 나는 바다를 통해
저 멀리 다른 섬으로 피할 작정입니다. 저 구렁이는 대대로 원수지간이어서 여기서는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저 구렁이가 우리 형제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우리는 또 저 구렁이의 자손
을 해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이 섬을 떠나면 이 싸움은 멈춰질 것입니
제 멈추고 저는 이 섬을 떠나려는 것입니다.”
두꺼비는 눈을 껌벅거리면서 너무나도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 이 마을에 가뭄이 계속될 때 동네 사람들이 싸움을 자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은 우리들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 섬을 떠나면 이 마을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싸움은 저절로 없어
질 것입니다. 지금 몰려들고 있는 저 구름이 비가 되기 전에 저는 이 섬을 빠져나갈 것입니
다.”
그러자 농부는 꿈에서 깨어나 눈을 번쩍 떴다. 두꺼비는 간 곳이 없고 곁에는 마누라만 곤
하게 자고 있었다.
“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군.”
농부는 혼자 중얼거리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벌써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원래
큰 구렁이나 두꺼비는 동네를 지키는 동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동물이 동네를 빠져나
가면 동네에 재앙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꿈에 나타난 두꺼비
는 자신이 이 섬을 떠나면 재앙도 이 섬에 없어질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농부는 이제 영 잠
을 이루기는 틀렸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구렁이와 두꺼비의 싸움이 다시 일
어날 것인가가 궁금하였다.
날은 차츰 밝아오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밖으로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농부는 밖
으로 나가기가 난처했다. 구렁이가 정말로 나타나도 그렇고 두꺼비를 다시 만난다는 것도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있던 그는 밖을 내다보았다. 바깥은 우
중충해 있었고, 어쩌면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렁이는 두꺼비를 찾기 위해
서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고, 두꺼비는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구름을 끌어들이고…….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농부는 축담으로 자신도 모르게 발을 내려놓았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금 막 모래사장에서 두꺼비가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며
바다 저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 뒤에 구렁이가 빠른 속도로 뒤쫓는 것이
아닌가. 일단 바다에 뜬 두 동물은 속력이 거의 비슷해 쉽사리 잡을 수도 잡힐 것도 같지 않
아 보였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은 분명했다.
농부는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그 모양을 보게 했다. 그러자 마누라는 크게 소리를 질렀
다.
“아! 저게 뭐야. 구렁이와 두꺼비가 아닌가?”
이 소리가 어찌된 영문인지 쩌렁쩌렁 뒷산을 울리고 앞바다에 퍼져 나갔다. 한참을 헤엄쳐
나가던 두 마리의 동물은 이 소리를 듣기가 무섭게 헤엄을 중지하고 그 자리에 서 버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굳어 바위가 되어 버렸다. 바위가 되는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렸다. 소나기가 되어 쏟아지는 비는 삽시간에 마당이 벙벙하도록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뒤 사람들은 바위로 변해 버린 두 섬 중 한 섬을 두꺼비 섬이라고 불렀고 또 하나의 섬
을 뱀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가뭄이 계속될 때는 모도와 사도를 자주 보는데 그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틀
림없이 비가 오기 때문에 그곳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나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 두꺼비
섬과 뱀섬은 이곳 주민들의 길흉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풍년과 풍어를 빌 때
마음속으로 꼭 이 섬들의 도움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뭄이 계속될 때는 이 두 섬 위로 구름이 끼길 기다린다고 한다. 바위로 굳어지며
끝나 버린 두꺼비와 구렁이의 영원한 싸움도 이 섬을 바라보는 미조 사람들에게는 화해의 징
표가 되기도 한다.

만족도 조사

현재 열람하신 페이지의 내용이나 사용편의성에 만족하십니까?

평가

담당부서
행정과 후생팀(☎ 055-860-3121)
최종수정일
2019-07-02 09:20:47